[중앙일보] "사람 살려" 비명에 사이렌 울렸다… 경찰도 곧장 출동시킨 '비상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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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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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람 살려" 비명에 사이렌 울렸다…경찰도 곧장 출동시킨 '비상벨' | 중앙일보
“사람 살려!”
23일 오전 11시 인천 송도 국제치안산업대전 박람회장에 때아닌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비명을 지른 한 여성의 2m 앞에 설치된 비상벨에선 1초도 지나지 않아 경고음이 울렸다. “지금 파출소의 경찰관이 출동했습니다. 안심하고 기다려주세요”라는 음성도 흘러나왔다. 시연을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신기하다”며 웅성거렸다.
‘비명 인식 비상벨’은 인공지능(AI)이 음성 언어를 인식해서 벨을 누르지 않아도 작동하는 장치다. 오작동 방지를 위해 “살려주세요”나 “도와주세요”, “사람 살려” 등 특정 어구에만 반응한다. 방향 인식 마이크가 설치돼 폐쇄회로(CC)TV가 자동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야외 10m, 실내 12m까지 인식된다고 한다. 비상벨을 개발한 이현우 엘마인즈 대표는 “등산로 같은 곳에도 설치할 수 있어 범죄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선 각종 분야의 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해 각자의 기술을 뽐냈다. 이동 수단 및 로보틱스, 대테러 장비 등 각각의 주제로 9개의 전시관이 마련됐다. AI, 사회적 약자 보호, 마약 탐지 기술 등 특별관도 운영됐다.
이날 전시장엔 전국 각지에서 온 경찰관들과 시민들로 북적였다. 경찰관들은 곧바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지난 6월 일부 경찰서에 도입된 신형 테이저건 체험 부스가 북적였다. 신형 ‘테이저7’은 단발만 쏠 수 있었던 기존 테이저건과 달리 2연발이 가능하다. 테이저7 사격을 체험한 원주경찰서 단관지구대 소속 신예지 경장은 “조준 포인터가 1개뿐인 구형 테이저건보다 사격이 훨씬 수월하다”며 “바로 연사할 수 있어서 오사격에 대한 부담감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신형 방패도 눈길을 끌었다. 기존 대형 방패와 달리 전면 굴곡과 이중 구조로 설계돼 충격을 분산한다. 기자가 든 방패에 업체 관계자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힘껏 내리쳤지만, 몸에 별다른 충격이 전달되지 않았다. 설지운 중앙경찰학교 교육생은 “의경으로 복무할 때 구형 방패를 써봤는데 신형이 확실히 더 튼튼하다”며 “집회·시위 등 현장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 녹화 기능이 탑재된 ‘폴리스 캠(보디캠)’도 인기였다. 물리적인 충격을 받거나 욕설을 인식하면 AI가 자동으로 녹화를 시작하는 기능이다. 해당 폴리스 캠을 개발한 링크플로우 관계자는 “경찰관뿐만 아니라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신설된 ‘치안산업대상’ 수상자로는 비명 인식 비상벨을 개발한 이현우 엘마인즈 대표를 비롯해 전주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강승완 아이메디신 대표 등 3명이 선정됐다. 전 선임연구원은 범죄 피해자나 실종자의 위치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는 3차원 위치추정 기술과 와이파이 기반 정밀 탐색 기술을 개발했다. 강 대표는 뇌파를 측정해 마약 중독과 각종 중독 등에 대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 개발 공로를 인정받았다.
경찰청과 인천광역시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국민을 위해, 함께 더 안전하게!’란 주제로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행사 마지막 날엔 경찰장비 및 과학수사 체험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치안 산업이 국가 핵심 성장 동력이 되길 희망한다”며 “관련 기업들이 우수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국내외 판로를 확보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법률 제정을 포함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